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환상적인 공간 속에서 한 소녀가 성장하고 자신을 찾아가는영화입니다. 겉으로는 신비로운 모험담이지만 속에는 정체성, 노동과 존엄, 기억과 이름의 의미 같은 깊은 주제가 숨어 있습니다. 필자의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데려가주신 영화관에서 느꼈던 전율과 여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소개해보겠습니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법
이야기는 평범한 소녀가 가족과 함께 길을 잘못 들면서 시작됩니다. 처음에 치히로는 겁이 많고 의존적인 모습으로 보입니다. 부모님이 모르는 장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상황을 해결할 힘이 없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소녀에게 작은 시련들을 하나씩 주며 변화의 씨앗을 뿌립니다. 그녀는 이름을 잃고, 익숙한 자유를 빼앗기고, 원치 않는 노동에 몰리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립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정체성을 찾는 과정입니다. 치히로가 겪는 경험은 어린이에게도 친숙한 교훈을 줍니다. 낯선 상황에서도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보다, 스스로를 돌보고 필요한 도움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주변을 살피고 작은 친절을 베푸는 태도는 결국 자기 몫의 길을 열어 줍니다. 영화는 영웅담처럼 거창한 용기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에서 필요한 꾸준한 결단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기억을 지키려는 소중한 의지를 통해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치히로가 처음과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누구나 서서히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름과 기억이 주는 힘과 위험
영화 속 핵심 장치 중 하나는 '이름'입니다. 이름을 잃는다는 일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를 잃는 일로 그려집니다. 치히로는 신들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잃고, 그 결과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기억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설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지나치게 바쁘게 살거나 다른 사람의 기대에만 맞추다 보면 본래의 모습을 잊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는 욕심과 탐욕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보여 줍니다. 부모가 돼지로 변하는 장면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무절제한 욕망이 가져오는 결과라는 경고입니다. 반면에 치히로가 일하며 만나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성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는 일터에서 성실함을 배우고, 자신보다 약한 이를 도우며 연민의 마음을 키웁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결국 치히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열쇠가 됩니다. 영화는 또한 어른들이 잃기 쉬운 '상상력'과 '배려'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신비한 존재들과의 만남 속에서 치히로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진심을 다해 행동하면 세상도 반응한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시각적으로는 화려한 상상이 이어지지만, 그 밑바닥에는 노동의 존엄성, 이름과 자아의 회복, 타인에 대한 책임과 배려 같은 무거운 주제가 촘촘히 얽혀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모여 이 작품을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도 돌아보게 하는 성장담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작은 친절이 만든 큰 변화
결국 치히로가 얻는 것은 초능력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통찰과 관계입니다. 그녀는 마지막에 단순히 부모를 되찾는 영웅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알게 된 아이로 돌아옵니다. 이 변화는 거대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작은 선택들의 누적에서 비롯됩니다. 길에서 만난 이에게 미소를 지어 준 일,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낸 일, 이름을 지켜 보려 한 일들이 모여 결국 그녀를 자유롭게 합니다. 관객은 이 과정을 통해 배웁니다. 성장이라는 것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영화는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탐욕과 무관심은 사람과 공동체를 해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 주고, 함께 도와야 합니다. '센과 치히로'는 화려한 상상력으로 눈을 즐겁게 하면서도, 인간 관계의 근본과 도덕적 가치를 부드럽게 일깨워 줍니다. 어린이에게는 용기와 배려를, 어른에게는 잃어버린 이름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처럼 작품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의 작은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돈과 자본에 의해 본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며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주제를 담아주고 있습니다.